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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직원이 거래처를 빼돌렸다면?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6-10-14

본문

"10년 넘게 거래하던 고객사가 갑자기 발주를 끊었습니다.

알고 보니 퇴사한 직원이 그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더군요."


기업 대표라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랫동안 급여를 지급하며 거래처를 관리하게 했는데, 퇴사하자마자 그 거래처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었다면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거래처를 빼앗겼는데도 회사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입니다.

반대로 퇴사 직원이 회사의 중요 자료를 가져갔지만 아직 영업에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형사책임이 문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한 김요한 대표변호사입니다.

퇴사 직원의 거래처 탈취 사건에서 기업 대표가 알아야 할 10가지 법률문제를 실제 대법원 판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1. 거래처 탈취, 어디까지 불법일까? (Q1~Q3)

2. 영업비밀과 경업금지의 경계 (Q4~Q5)

3. 거래처 탈취, 어떻게 대응할까? (Q6~Q8)

4. 손해배상과 증거 확보의 핵심 (Q9~Q10)


Ⅰ. 거래처 탈취, 어디까지 불법일까?


Q1. 퇴사한 직원이 우리 거래처와 거래하고 있습니다. 배임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거래처를 가져갔다는 사실보다 재직 중 회사의 계약을 자신의 사업으로 돌렸는지가 중요합니다.

거래처는 회사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거래한 고객사라도 계약이 종료되면 다른 업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직원 역시 퇴사 후 자신의 영업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사업할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직 중 회사의 영업을 담당하면서 계약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키고 자신의 사업으로 돌렸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는 “거래처가 발주를 취소했다”고 보고하면서 실제로는 자신이 설립할 업체의 견적서를 전달해 계약을 유도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직원이 회사에 대해 부담하는 업무상 의무를 위반했는지, 그로 인해 자신이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지가 문제 됩니다.

퇴사 후 누구와 거래했는지만 조사해서는 부족합니다. 재직 중 회사에 무엇을 보고했고 거래처에는 어떤 제안을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Q2. 거래처 담당자들과 친분을 쌓아 고객을 데려갔습니다. 회사가 키워준 인맥인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나요?

회사가 오랫동안 관리해 온 거래처라도 거래관계 자체를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퇴사 직원이 거래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했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퇴사 직원이 기존 거래처에 유사한 제품을 납품했는데도 회사의 손해배상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판결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입니다.

한 중개무역회사의 직원이 퇴사 후 경쟁업체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중국 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기존 회사가 거래하던 미국 업체에 손톱깎이 세트 등 일부 유사한 제품을 납품했습니다.

기존 회사는 직원이 재직 중 습득한 거래처 정보와 신뢰관계를 활용했고 경업금지약정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회사가 주장한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등은 업계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거나 큰 비용과 노력 없이 확보할 수 있는 정보였습니다.

또한 해당 미국 업체는 원래부터 여러 공급업체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거래처를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회사가 그 거래를 독점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퇴사 직원이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단순한 친분만은 아니었습니다. 중국 업체를 통한 제품 공급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해당 정보와 고객관계의 보호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고, 직원의 영업행위까지 금지하는 경업금지약정은 지나친 제한이라고 봤습니다.

결국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회사가 오랫동안 관리한 거래처라도 그 거래관계를 독점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다만 직원이 재직 중 회사의 계약을 자신의 사업으로 돌리거나, 회사가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축적한 비공개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면 법적 책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보호할 가치 있는 고객관계나 영업상 이익이 존재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경업금지약정이 합리적인 범위에서 유효하게 체결됐다면 약정 위반에 따른 책임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퇴사 직원이 기존 거래처와 거래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거래처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했는지입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해 볼 만한 상황

'거래처 담당자에게 부당한 금품을 제공해 계약을 유도한 경우'

퇴사 직원이 거래처 담당자에게 개인적인 금품을 제공하고 기존 회사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유도했다면, 금품의 성격과 담당자의 지위 등에 따라 형사책임이나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Q3. 직원이 고객 DB를 개인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아직 영업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처벌할 수 있나요?

실제로 영업에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부정한 목적의 무단 반출이라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도11876 판결은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 자산인 자료를 외부로 반출하는 행위와 업무상배임죄의 관계를 설명한 판례입니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보호 대상이 반드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업비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 확보한 영업상 주요 자산이라면 업무상배임죄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업체명 목록과 회사가 수년간 거래하며 축적한 구매 이력, 비공개 납품 단가, 계약 갱신 시점이 담긴 고객 DB는 성격이 다릅니다.

후자의 자료를 확보하면 경쟁업체는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구매 성향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원이 “아직 고객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 반출했다면, 실제 사용하기 전이라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몰래 가져간 자료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직원이 업무 수행을 위해 회사 자료를 적법하게 보유하게 된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퇴사할 때 그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는데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신의 사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반환·폐기하지 않았다면, 이 역시 업무상배임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료를 개인 이메일로 보냈거나 퇴사 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료가 회사의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는지, 직원에게 어떤 업무상 의무가 있었는지,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야 합니다.

결국 자료를 실제로 사용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자료를 어떤 목적으로 반출하거나 보유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참고로 위 판결은 고객 DB 자체가 아니라 회사의 기술·경영정보 파일 등이 문제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업무상배임 부분을 파기환송했으며, 개별 사건에서 범죄가 성립하는지는 자료의 성격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Ⅱ. 영업비밀과 경업금지의 경계


Q4. 퇴사 직원이 우리 회사보다 단 1% 낮은 가격으로 거래처를 가져갔습니다. 납품 단가를 알고 있었다면 영업비밀 침해 아닌가요?

가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의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가격정보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중요합니다.

가령 회사가 거래처에 연간 5억 원 규모의 납품 견적을 제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얼마 뒤 퇴사 직원이 설립한 업체가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4억 9,500만 원을 제시해 계약을 가져갔습니다.

회사 대표로서는 내부 견적정보가 유출됐다고 의심할 만합니다.

하지만 경쟁업체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사실만으로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거래처가 기존 납품가격을 경쟁업체에 알려줬을 수도 있고, 퇴사 직원이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가격을 추정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퇴사 직원이 회사의 비공개 원가표, 거래처별 할인율, 최저 수주 가능 금액이 담긴 자료를 무단 반출해 활용했다면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해당 정보가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고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비밀로 관리돼 왔는지도 중요합니다.

회사가 입증해야 할 것은 단순히 ‘가격을 알고 있었다’는 의심이 아니라, 보호받는 정보를 부정하게 취득하거나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가격표의 내용뿐 아니라 자료의 접근 권한, 보관 방식, 반출 경위, 경쟁업체의 정보 취득 경로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Q5. 퇴사 후 2년간 경쟁업체 취업을 금지하는 계약서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회사가 패소할 수 있나요?

경업금지약정은 직원이 서명했다고 무조건 유효한 계약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대법원 2009다82244 판결에서도 퇴사 후 2년간 경쟁업체 취업 등을 제한하는 약정이 문제 됐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회사가 보호하려는 이익과 직원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영업행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직원에게 경업금지에 대한 특별한 대가가 지급된 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장기간 무역업무를 수행해 온 직원이 동종 업종에서 일할 수 없다면 생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회사가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 직원의 퇴직 전 지위, 제한 기간과 지역, 대상 직종, 대가 제공 여부,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은 반드시 법률상 영업비밀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만이 가진 정보나 일정한 고객관계, 영업상 신용도 사안에 따라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업금지에 대한 별도의 보상이 있었는지는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다만 별도 보상이 없다고 약정이 반드시 무효가 되거나, 보상을 지급했다고 무조건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광범위한 경업금지를 부과하면서 그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약정의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다퉈볼 만한 상황

'회사의 핵심 기술을 취급하던 직원이 퇴사 직후 경쟁업체에서 동일한 업무를 맡은 경우'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보호해 온 제조기술이나 핵심 공정정보를 다루던 직원이 퇴사 직후 경쟁업체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면,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과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경업금지약정은 직원의 경쟁 자체를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Ⅲ. 거래처 탈취, 어떻게 대응할까?


Q6. 퇴사 직원이 거래처에 “그 회사 곧 망한다”고 말해 발주를 끊게 했습니다. 이런 행동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나요?

허위사실을 퍼뜨려 회사의 신용을 훼손하고 거래를 끊게 했다면 손해배상이나 형사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에 대해 “곧 부도난다”, “대금을 지급해도 제품을 받지 못한다”는 허위정보를 전달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런 말은 거래처가 상대 회사의 재무상태나 납품능력을 잘못 판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허위사실 때문에 거래처가 발주를 중단하고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발언 내용과 전달 방식, 실제 영업에 미친 영향에 따라 형법상 신용훼손죄나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에 불리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희 제품이 더 저렴합니다”라고 가격 경쟁력을 설명하는 것과 객관적 근거 없이 “저 회사는 곧 부도납니다”라는 허위사실을 전달하는 것은 다릅니다.

또한 실제로 거래처가 발주를 중단했다면 그 이유가 해당 발언 때문인지, 가격이나 품질 등 다른 사정 때문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가격 경쟁은 허용되지만, 허위사실로 경쟁회사의 신용을 훼손하고 거래를 방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만한 상황

① 거래처에 회사가 정부기관의 제재를 받았다는 거짓말을 한 경우

실제로는 영업정지나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거래처에 허위 제재 사실을 전달해 계약 체결을 방해했다면 법적 책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② 회사 제품에 존재하지 않는 안전상 결함이 있다고 퍼뜨린 경우

객관적 근거 없이 제품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허위정보를 전달해 거래처가 주문을 취소했다면, 발언 내용과 피해 사이의 관계를 확인해 법적 대응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7. 거래처를 빼돌린 정황은 확실합니다. 내용증명부터 보내서 압박하는 게 좋을까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는 것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그 발송 사실을 남기는 수단입니다.

그러나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의 위법행위가 입증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회사가 확보한 증거와 의심하는 행위를 상대방에게 미리 알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DB 반출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자료의 종류와 유출 경로를 상세히 적어 경고한다면, 상대방이 자신의 주장을 미리 정리하거나 회사가 문제 삼는 범위를 파악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렇다고 내용증명을 보내면 상대방이 반드시 증거를 없앤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경고가 먼저 필요한 사건인지, 증거 보존이나 긴급한 법적 조치가 먼저 필요한 사건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재직 중 계약 탈취가 의심된다면 회사가 적법하게 보유한 견적서, 업무보고, 계약 협의 기록 등을 먼저 보존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영업비밀의 사용이 계속되고 있다면 내용증명보다 침해 중단을 위한 조치가 시급할 수도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무조건 먼저 보내는 절차가 아니라 사건의 상황에 맞춰 활용해야 할 수단입니다.


Q8. 퇴사 직원이 지금도 우리 회사의 고객 DB를 이용해 영업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현재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를 멈추기 위한 금지 가처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소송은 이미 발생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영업비밀이 경쟁업체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면 판결이 나올 때까지 피해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침해행위와 관련된 물건의 폐기 등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에 요구할 내용을 정확하게 정해야 합니다.

“우리 거래처와 거래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과 “부정하게 취득한 영업비밀인 고객 DB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은 전혀 다른 요구입니다.

회사는 거래처의 자유로운 선택 자체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호받는 영업비밀의 부정사용을 중단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가처분에서는 보호받을 권리와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 등을 소명해야 하므로 침해행위가 현재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침해 중단을 위한 가처분을 검토할 만한 상황

① 회사의 비공개 기술자료를 경쟁업체가 현재도 활용하는 경우

퇴사 직원이 반출한 기술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경쟁업체가 이를 제품 생산이나 개발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해당 정보의 사용금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② 비밀로 관리하던 영업전략이 경쟁업체에 전달돼 활용되는 경우

회사의 미공개 영업전략이나 향후 입찰계획이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경쟁업체가 이를 이용해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면 침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Ⅳ. 손해배상과 증거 확보의 핵심


Q9. 거래처를 빼앗겨 매출이 3억 원 줄었습니다. 손해배상도 3억 원 받을 수 있나요?

매출 감소액이 곧 손해배상액은 아닙니다. 실제 숫자로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한 거래처에서 연간 3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해당 거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원재료비와 물류비 등 변동비가 2억 4천만 원이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존 매출: 3억 원

변동비: 2억 4천만 원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금액: 6천만 원

이 경우 매출에서 변동비를 제외하면 6천만 원이 남습니다.

이는 거래가 중단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 계산이지, 법원이 인정할 손해배상액을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 손해액은 위법행위와 거래 중단 사이의 인과관계, 대체 거래 가능성, 비용 구조, 손해 발생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에 따른 손해액 산정 규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요건 아래 침해자가 얻은 이익 등을 손해액 산정에 활용할 수 있고, 정확한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특히 고의적인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률에서 정한 요건과 적용 시점에 따라 법원이 인정한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에서 배상액이 정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든 거래처 이탈 사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고의성, 침해행위의 발생 시점 등 법률상 요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이 얼마나 줄었느냐가 아니라 위법행위 때문에 어떤 경제적 손해를 입었느냐입니다.


Q10. 퇴사 직원의 거래처 탈취를 확인하려고 개인 이메일과 메신저를 열어봤습니다. 회사가 오히려 처벌받을 수도 있나요?

직원의 위법행위를 확인하려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까지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퇴사 직원이 고객정보를 빼돌렸다고 의심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회사에는 해당 직원이 사용하던 업무용 PC가 남아 있습니다. 대표가 PC를 살펴보다 개인 이메일 계정이 로그인된 상태인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때 개인 이메일함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거나, 저장된 비밀번호로 다른 계정에 접속해 자료를 확보해도 될까요?

주의해야 합니다.

업무용 PC가 회사 소유라는 이유만으로 그 안에 접속된 직원의 개인 이메일이나 메신저까지 자유롭게 열람할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접근 권한 없이 타인의 정보통신망 계정에 접속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문제가 될 수 있고, 대화 내용의 취득 방식에 따라 다른 법률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적법하게 관리하는 업무용 서버의 접속 기록, 회사 이메일의 업무 관련 자료, 고객관리시스템의 접근 이력 등은 접근 권한과 수집 목적, 내부 규정 등을 고려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 자료라도 개인정보나 사적 통신이 포함돼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취업규칙이나 정보보안정책에 점검 절차를 정해두었더라도 직원의 개인 이메일과 사적 대화까지 무제한으로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증거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한 방법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퇴사 직원의 위법행위를 밝히려다가 회사가 별도의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사 범위를 구분해야 합니다.


거래처를 빼앗겼다면,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퇴사 직원의 거래처 탈취가 의심된다면 다음 네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 퇴사 직원이 기존 거래처와 거래한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 재직 중 계약을 가로채거나 회사의 보호받는 고객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3. 거래처 이탈 사실보다 직원의 구체적인 행동을 입증할 증거가 중요합니다.

  4. 형사고소만이 답은 아닙니다. 피해 상황에 따라 가처분과 손해배상도 검토해야 합니다.

퇴사 직원이 기존 거래처와 거래한다는 사실만으로 법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재직 중 회사의 계약을 자신의 사업으로 돌리거나 보호받는 고객정보를 부정하게 활용했다면 단순한 경쟁과는 다른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거래처가 이탈한 시점뿐 아니라 퇴사 전 직원의 행동, 고객 DB와 견적자료의 반출 여부, 거래처와의 협의 과정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업무보고와 계약자료, 회사 시스템 기록 등 적법하게 확보할 수 있는 증거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응 방법도 사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영업비밀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면 침해금지 가처분을, 이미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업무상배임 등 범죄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형사고소도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피해를 막고 실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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